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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제] "날 닮아 아토피 타고난 아들에 심장 덜컥" 보습크림 손수 개발한 소아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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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조회수 144회 작성일작성일 25-11-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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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코스메틱 김정은 대표. /더비비드


아토피 피부염은 가장 흔한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지독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발진이 일어난 부위를 긁다가 상처나 흉터가 생기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70~80%가 가족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소아과 전문의였던 김정은(41) 딜라이트코스메틱 대표가 화장품을 직접 만들게 된 계기는 피부 질환 고민에서 출발한다. 화장도 포기할 정도로 심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던 김 대표. 그의 아들 역시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피부를 벅벅 긁는 날이 늘었다. 아이가 안심하고 바를 수 있는 기초 화장품을 수소문하다 결국 창업의 길에 이르렀다. 김 대표를 만나 의사의 투잡 도전기를 들었다.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자극 없이 촉촉한 로션·선크림

닥터큐비오의 퓨어 터칭 로션은 5종의 세라마이드를 동시에 함유한 제품이다. 피부 각질층의 주요 성분인 세라마이드는 수분 유지와 피부 장벽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유래 성분을 사용했고 향료, 인공색소, 에탄올,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미네랄오일, 벤질알코올 등 10가지 유해 성분은 배제했다.


세명대 화장품임상연구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보습 개선 효능 평가 인체적용시험 결과 로션 사용 직후 피부 수분량이 77.2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큐비오 퓨어 선크림. /딜라이트코스메틱
닥터큐비오 퓨어 선크림. /딜라이트코스메틱

저자극 선크림 ‘닥터큐비오 퓨어 선크림’도 있다. 자외선 차단 지수는 SPF 50+, PA++++ 등급이다. 미네랄 성분으로 자외선을 반사하는 방식의 무기자차이면서도 백탁 현상을 최소화해 사용성을 최대한 살렸다.

피부 틈새보다 큰 논나노 입자를 사용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피부 보호에 좋은 달맞이꽃오일과 보습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유래 세라마이드를 함유해 촉촉함까지 더했다.


◇이것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건만

김 대표의 화장대. 꼭 필요한 기초 화장품만 갖춰두고 있다. /김정은 대표 제공
김 대표의 화장대. 꼭 필요한 기초 화장품만 갖춰두고 있다. /김정은 대표 제공

초등학생 시절엔 천식을 앓았고 이후 청소년기를 지나며 비염, 아토피 피부염을 겪었다. “이 모든 질환은 알러지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연령대별로 코, 피부 등으로 발현 부위가 변할 뿐이죠.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아토피 피부염이 특히 심해져서 화장은 아예 포기했습니다. 화장대도 단촐해요. 색조 화장품이라고는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잠깐 바르는 아이브로우와 립스틱 정도가 전부예요.”

소아과 전문의가 된 이후 피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를 수없이 많이 만났다. “생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아토피 피부염으로 얼굴이 벌겋게 뒤덮힌 아이, 피부염으로 생긴 흉터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소매만 입는다는 학생이 기억에 남네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화학 성분에 대한 반감이 큽니다.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지 않은 연고라고 설득해도 수분크림·로션 외엔 안 쓰겠다고 고집하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한 통에 5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 처방용 보습제를 권할 수 밖에 없었죠.”

남편인 강문희 교수(왼쪽)와 김 대표. /더비비드
남편인 강문희 교수(왼쪽)와 김 대표. /더비비드

남일 같지 않았다. ‘엄마’가 된 후 걱정이 늘었다. “2020년 9월에 아들을 낳았어요. 6개월만에 피부 발진이 일어났습니다. 나의 일생을 생각하면 ‘이 아이도 평생 고생이겠네’ 싶은 마음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순하다는 로션이나 선크림은 다 찾아서 발라봤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었어요. ‘매일 발라도 안전할까?’, ‘세수하면 잘 지워질까?’, ‘피부에 자극적이진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생겼죠. 계속 걱정만 할 바에야 속 시원하게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도 힘을 보탰다. 충북대 반도체공학부 강문희(46) 교수다. “미국 남부의 MIT라 불리는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삼성전자 연구소에서도 일한 적 있는 자타공인 반도체 전문가입니다. 사실 남편도 어릴 적부터 피부가 접히는 부위마다 갈색 반점이나 하얀 버짐이 생기는 증상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요. 누구보다 제 마음을 잘 알아주는 든든한 아군이죠.”


◇닥터큐비오의 개발노트

1. 창업의 길에 ‘퇴근’이란 없다

강 교수와 김 대표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강 교수와 김 대표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사용하는 이들에게 기쁨(delight)을 주자는 뜻으로 ‘딜라이트코스메틱’을 설립했다. “저는 대구에서 소아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남편은 충북 청주시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요. 결혼 이후 쭉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죠. 창업에 뛰어든 이후 ‘주말’, ‘퇴근’은 무의미해졌습니다. 만날 때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자료 조사하고 공부한 화장품과 각종 성분에 대한 얘기만 늘어놨어요.”

천연 비누나 로션, 홈케어 디바이스 등 다양한 접근법을 고려했다. 그중 첫 제품으로는 로션과 선크림을 택했다. “영유아를 비롯해 피부 장벽이 약한 이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죠. 로션과 선크림은 예민한 피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입니다. 보습은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 예방은 물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피부가 받는 가장 큰 자극 중 하나가 자외선인데요.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막는 방어막으로 선크림이 꼭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2. 명확한 콘셉트를 잡아라

닥터큐비오 로션·선크림을 만들기 위해 제작했던 샘플들. /김정은 대표 제공
닥터큐비오 로션·선크림을 만들기 위해 제작했던 샘플들. /김정은 대표 제공

맨땅에서 화장품을 만들려니 막막했다. 화장품 전문 제조사의 힘을 빌렸다. “그간 연구한 성분들과 제품 콘셉트를 정리해 샘플 제조를 요청했습니다. 로션을 만들 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알러지 유발 향료나 파라벤 종류의 보존제, 미네랄 오일 등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을 전면 배제하는 겁니다. 세라마이드, 달맞이유를 주성분으로 구성했어요. 세라마이드는 피부 지질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으로 피부 장벽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달맞이유는 지방산이 풍부해 피부 유연성과 보습력을 높여주죠.”

선크림은 ‘무기자차’를 고집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유기자차와 무기자차로 나뉩니다.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일 성분을 넣어 자외선의 피부 침투를 막는 방식으로 사용감이 뛰어나죠. 무기자차는 피부 자극이 적어 민감성 피부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얼굴이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일어나기 쉬워요. 무기자차의 장점만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고 싶었어요. 피부 자극이 적으면서도 백탁 현상을 최소화해 사용성을 최대한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3. 꼭 필요한 일에는 과감히 투자하라

작은 실험실을 꾸리고 성분의 함량을 바꿔가며 직접 화장품을 연구했다. /김정은 대표 제공
작은 실험실을 꾸리고 성분의 함량을 바꿔가며 직접 화장품을 연구했다. /김정은 대표 제공

제조 의뢰 2개월 만에 샘플 제품을 받았다. “그땐 ‘거의 다 왔구나’ 싶었지만, 이제 시작이었어요. 성분 함량이나 제형, 제품 용기 등을 계속 바꿔가며 실험해야 했죠. 가령 펌프에서 튜브 용기로 바꾸면서 제형을 다시 손봤습니다. 향료를 배제했더니 원료 특유의 향에서 거부감이 느껴져서 천연 향료를 추가하는 등 수정을 거듭했어요.”

수정 사항을 전달하고 샘플이 다시 나오기까지 20~30일씩 걸렸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약 1000만원을 들여 정밀 저울, 호모 믹서(화장품 분산,유화 장비), 비이커, 피부 수분 측정기, 광학 현미경 등을 마련하고 작은 실험실을 꾸렸습니다. 한 달 걸리던 일이 1시간 만에 해결되니 속도가 훨씬 빨라졌어요. 투자금이 아깝지 않았죠.”


4.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라

닥터큐비오 퓨어 로션의 외부 자극(물리적 자극)에 의한 즉각적 피부 진정 개선 시험 인체적용시험 결과, 제품 사용 후 붉은 기운이 다소 가라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대표 제공
닥터큐비오 퓨어 로션의 외부 자극(물리적 자극)에 의한 즉각적 피부 진정 개선 시험 인체적용시험 결과, 제품 사용 후 붉은 기운이 다소 가라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대표 제공

2024년 12월 시제품이 완성되고 양산하기 전 마지막 단계로 인체적용시험을 의뢰했다. 여기에서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비싼 값을 치르고 구하기 어렵다는 좋은 성분을 찾아 넣었는데도 보습 기능 개선율, 피부 진정 개선율 등 수치가 일반 보습 로션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생산 비용은 더 높아졌는데 성능이 평이하다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의미가 없죠. 아예 갈아엎었어요. 전면 재수정에 돌입했습니다.”

효용이 크지 않지만 단가가 비싼 성분은 과감히 제외했다. 대신 여러 연구 논문에서 효과를 확인한 판테놀, 달맞이유, 병풀추출물 등은 함량을 높였다. “다시 개발한 제품으로 2025년 3월 한번 더 인체적용시험을 맡겼습니다. 피부 자극 지수는 0.56으로 ‘저자극’등급을 받았어요. 또 제품 사용 전 평균 피부 수분량은 45.35 A.U.(피부 표면의 전기용량을 기반으로 한 수분 함량 단위), 사용 후는 79.96 A.U.로, 77.24%의 즉각적 보습 개선율을 확인했습니다. 그외에도 파라벤 7종, 알러지 유발 물질 26종에 대한 비검출 보고서도 받았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일

2025년 6월 딜라이트코스메틱 닥터큐비오 퓨어 로션·선크림을 정식 출시했다. 브랜드명인 ‘닥터큐비오’는 컵(작은 동물)과 바이오(생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작은 영유아들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첫 고객은 물론 저희 아들이에요. 개발 단계에서도 로션을 같이 발라보며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줬죠. 아침마다 퓨어 선크림을 바르고, 저녁엔 퓨어 로션을 바르는데요. 제품을 바르고서 엄마·아빠를 향해 엄지를 척 세우며 배시시 웃을 때, 힘들어도 직접 만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외의 수요도 발견했다. “퓨어 로션을 써 보신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처음 써본 분이 친구들을 모아 10~20개씩 공동구매를 요청해오시기도 했어요. 사실 피부 보습은 영유아만큼이나 노인에게 중요합니다. 피부 보습은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은 물론, 호르몬 생성에 관여해 치매 등 뇌 질환에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죠. 피부 질환 뿐 아니라 뇌 질환을 예방하려면 피부 보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김정은 대표. /더비비드
성인이 된 이후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김정은 대표. /더비비드

첫 제품을 출시하기 무섭게 차기작 준비가 한창이다. “보습제와 함께 쓸 수 있는 LED 광치료 기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염증성 피부를 가진 이들이 염증을 완화하고 피부를 진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 분야는 반도체 전문가인 남편의 역할이 막중하죠. 교수인 남편과 의사인 제가 화장품 제조업을 한다고 하면 ‘취미 삼아 부업한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우리가족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입니다.”